○​ 전시기간: 2025. 04 . 24. ~ 06. 04. (매주 월요일 휴관/ 10:00~18:00)

○​ 장소: 드영미술관 제2전시실

○​ 참여작가: 강동호

​○​ 문의: 062-223-6515

풀어 헝클고 모아 

드영미술관은 지역 미술 문화의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역량 있는 신진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설립된 미술관이다. 이러한 취지 아래 매년 전시 지원 공모를 통해 젊고 패기 있는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적극 후원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다섯 번째 공모선정展을 개최하게 되었다.

이번 공모에 선정된 강동호 작가는 자연의 순환 구조와 현대 사회의 반복성을 연결하여, 익숙한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러시아 형식주의의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개념을 참고하고 있다. 이는 친숙한 대상이나 개념을 낯설게 표현하여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열고자 함으로, 문학이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빅토르 시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 1893~1984)의 이론에 기반한다.

시클로프스키는 “문학 언어는 사물을 익숙하지 않게 만들고, 형태를 복잡하게 하며, 지각 과정을 느리고 어렵게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이나 현상을 낯설게 만들어 처음 볼 때와 같은 생생한 느낌을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예술은 습관화되고 자동화된 인식의 틀에서 본질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강동호 작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친숙한 소재를 변형시켜 관람객이 새롭게 인식하도록 유도하며, 이를 통해 일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 제목 ‘풀어 헝클고 모아’는 작가가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한 작업물들을 한 공간에 모아 처음 선보이는 데서 발상되었다. 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직조한 듯 풀고, 헝클고, 다시 모아온 시간의 흔적들을 담아, 각 작업들이 지닌 과정, 결과, 감정 세 가지 매듭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고자 했다. 이 전시는 그동안의 작업들이 쌓이고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과정을 통해, 단일한 서사로 환원되지 않는 다층적 세계를 직조해낸다.

강동호 작가는 전시장을 하나의 예술적 공간이자 작품으로 인식한다. 관람객은 비현실적인 무대에 입장하여 작품을 마주하게 되며, 단순히 감상하는 행위를 넘어 감정과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작품 완성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작가의 작업은 마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동화처럼 관람자의 상상력을 통해 제작되며 키치적인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복합적, 다층적 이야기를 가지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작가가 풀어내고 다시 엮은 세계 안에서, 익숙함 너머에 숨겨진 본질을 마주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의 인식 방식을 다시 질문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익숙함에 가려졌던 세계의 본질을 새롭게 발견하고, 고정된 관념을 넘어서는 사유의 확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학예연구원 김소정